
딜로이드 로티퍼는 독특하다. 물에서만 살 수 있는 이 생물은 건조한 환경이 되면 유전자를 보존할 수 있는 물분자 몇 개만 남긴 뒤 ‘미라’ 상태가 됐다가 물이 닿으면 다시 되살아난다. 미라 상태로 버틸 수 있는 기간은 수천만 년이 넘는다. 교배를 하지 않기에 혼자서 오랜 기간을 버틸 수 있다.
딜로이드 로티퍼는 처음 발견됐을 때 진화론의 한 부분인 ‘붉은 여왕 가설’을 거스르는 생물로 인정받았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차용한 붉은 여왕 가설은 주변 환경이 바뀌기 때문에 진화는 필연적으로 일어나야 한다는 내용이다.
딜로이드 로티퍼는 빠른 진화를 위해 양성생식으로 바꾸는 대신 자신의 시간을 정지시켜 살 수 있는 환경에서만 깨어나는 ‘방어적인’ 생존방식을 택했다. 아니, 택한 것으로 알려졌었다.
미국 코넬대 연구진은 딜로이드 로티퍼가 스스로를 미라로 만드는 생존방식이 ‘공격적인’ 진화의 산물이라고 밝혔다. 딜로이드 로티퍼의 천적은 ‘Rotiferophthora angustispora’라는 균류다. 이 균류는 로티퍼 몸속에서 로티퍼를 먹고 자라는 기생충 같은 존재다. 이 균류가 로티퍼 집단에 번지면 그 집단은 몰살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로티퍼는 건조한 환경 속에서 스스로 미라가 되는 방식을 통해 이 균류를 막는다. 생존과 번식을 위한 유전자 주변에 최소한의 물분자만 남기면 기생충 같은 균류는 죽을 수밖에 없다. 균류가 죽고 다시 물을 만나면 로티퍼는 되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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